삼국사기 말갈의 정체 (1/2)

제가 볼때 삼국사기에서 의문의 집단이 3개 있습니다. 백제/신라본기의 말갈, 신라본기의 왜, 고구려본기의 마한이 그것입니다. 그 중 말갈에 대해서 검토 해 봤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혹시 아래 기사들에 대해서 의문을 품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 삼국지 동이전 예조

單單大山領의 서쪽은 樂浪에 소속되었으며, 領의 동쪽 일곱 縣은 [東部]都尉가 통치하는데 그 백성은 모두 濊人이다. -> 예인은 단단대령의 동쪽만인지, 서쪽/동쪽 모두인지?

- 백제본기 책계왕 원년(286년)

마침내 군사를 내어 구하니 고구려가 원망하였다. -> 위대한 고구려가 공격을 안하고 원망만 한다고?

- 광개토왕비

백잔(百殘)과 신라는 옛부터 고구려 속민(屬民)으로 조공(朝貢)을 해왔다. -> 아니 신라는 그렇다 쳐도 백제가 언제?

내가 몸소 다니며 약취(略取)해 온 한인(韓人)과 예인(穢人)들만을 데려다가 무덤을 수호·소제하게 하라. -> 한인은 백제인이라 치고, 예인은 누구지? 동예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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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삼국사기에 나타난 모든 말갈 관련 기록을 확인해 봤습니다. 총 50번의 기록이 나타나는 데, 단 한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충돌에 관한 기록이었습니다. 이를 도식화 시키면 다음과 같습니다 (655년 이후의 8건의 기사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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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은 고구려와 최초 접촉 시 복속되었고, 백제와 신라는 500년에 걸쳐 침공을 합니다. 이 침공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1. a기간에는 백제만 공격하다가 고구려의 동옥저 정벌이후 공격이 중단 (b기간, 1건의 예외 발생)

2. b기간에 잠시 신라를 공격하지만 백제가 신라를 지원할 경우 철수

3. c기간에 다시 백제를 집중 공격

4. 이후 d기간 160여년간 나타나지 않음

5. e,f 기간인 4세기말 이후로 다시 등장하나 이때는 고구려와 공격의 보조를 맞추거나 공동 군사작전을 폄

6. 540년의 마지막 침공 기사에는 예인(穢人)으로 표현됨

7. 655년 이후의 말갈은 중국문헌의 말갈(읍루-숙신-물길-말갈)과 동일한 성격으로 판단됨

8. 신라를 공략한 말갈은 전략적 분쟁이라기 보다는 약탈의 성격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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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사실을 감안하면서 아래 그림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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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여지는 말갈의 침공 지역은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위치 비정을 참고했습니다.

낙랑의 영역 변화와 말갈의 침공기록을 맞춰보면, a기간에는 말갈이 마치 낙랑에 부용하는 세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고구려가 옥저를 정벌한 이후 b기간 약 160년간은 말갈의 침공이 없습니다(108년만 예외). 그러다가 2세기말 낙랑군의 영역 축소가 완료된 이후 다시 말갈의 침공이 시작됩니다(c기간). 그리고 226년 말갈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한 이후 더 이상 말갈의 침입은 없습니다.

그리고 3세기 초반 말갈과 백제의 교전 지역을 전선의 형태로 표시해보면, 이 교전 라인은 온조왕이 마한에게 할양받은 영토와 일치합니다(패하-예성강, 웅천-안성천, 서해, 주양-춘천).

제가 지난 글 "마한-백제 영역 변천사"에서 백제의 물질문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1. 2세기 후반 서북한 고조선계 토광묘세력 : 세력 약함

2. 3세기 초 분구묘 세력이 들어와서 伯濟國 성립

3. 3세기 중엽 고구려계 적석총 세력이 이주하여 고대국가 百濟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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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들을 종합해서 제가 세운 가설은 이렇습니다.

1. 2세기 후반 서북한 고조선계 토광묘세력 : 다루왕-기루왕- 개루왕, 마한의 소국 (왕성 없음)

2. 3세기 초 분구묘 세력이 들어와서 伯濟國 성립 : 초고왕-구수왕-사반왕, 마한이 영역을 나누어 준 이민세력 (시조 온조, 해씨 세력)

3. 3세기 중엽 고구려계 적석총 세력이 이주하여 고대국가 百濟 출범 : 말갈의 백제 지배, 고이왕 즉위 (우씨 세력, 고이왕-책계왕-분서왕-계왕 약 70여년)

4. 304년 비류왕의 즉위로 다시 해씨 왕통으로 복귀 : 동이강국을 만든 시조 비류와 동명 (모델?). 비류왕 시기에 충남권을 백제 영역화 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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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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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삼국사기 말갈 기록을 엑셀로 정리했으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