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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국(辰國)의 기원과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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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右渠가 격파되기 전에, 朝鮮相 歷谿卿이 右渠에게 諫하였으나 [그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동쪽의 辰國으로 갔다."


<삼국지> 동이전에 나오는 위 문장이 제 고대사 공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고조선이 평양에 있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양의 동쪽인 원산 지역에서 진국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록을 뒤져봐도 진국이 원산에 있다는 근거는 없었기 때문에 삼국시대 말기부터 거꾸로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도 하고, 청동기시대 초기부터 정리해서 내려오기도 하고... 뒤죽박죽 엉망진창의 고대사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혼란 끝에 진국을 평양에서 찾았으니, 그 논리가 어떻게 전개되는 지 함께 보시죠.


아래 그림들은 이미 여러번 봐서 익숙하실텐데, 이번에는 북한지역. 그 중에서도 대동강유역에 집중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모든 것은 마성자문화에서 시작됩니다. 기원전 15세기경 마성자문화가 청천강유역으로 전파됩니다.



기원전 12세기경 청천강유역의 문화가 대동강유역으로 전파되고 거기에 쌍타자문화와 벽류하유역 일대의 문화가 합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팽이형토기문화입니다. 이 문화는 기원전 12~2세기까지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대동강유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천년이라... 꽤나 긴 시간인데, 이기간 동안 변동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먼저 팽이형토기문화 주거지 I~IV 단계의 기간 동안에 미송리문화의 영향을 받아 일부 토기가 변형됩니다. 하지만, 청천강을 경계로 남과 북은 또다른 유형이 자리잡기 때문에 대동강유역 팽이형문화의 독자성은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10세기부터는 비파형동검 문화가 전파되는데, 여기서도 요동지역의 상황과는 달리 대동강유역은 한반도유형에 속하게 됩니다. 이 또한 대동강유역의 팽이형토기문화인들의 독자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원전 5세기경 점토대토기문화가 전파되는 상황도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아예 VI 지역(요동반도 동안과 서북한지역)을 패스하는 형태로 점토대토기문화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세형동검문화기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는데, 대동강유역은 세형동검 전반부에는 상보촌유형에 속하고 있다가 기원전2세기부터는 동서리유형에 속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제가 생각하는 정치세력과 연계하여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동강유역은 전조선의 영향으로 성립되었고, 기원전 10~7세기에는 전조선의 영향권하에 있었다. 하지만, 일정 부분 독자성은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후조선이 시작되었을 때는 후조선의 영향권(비파형동검, 점토대토기)에서 조금은 벗어난 형태로 있었는데, 후반부에는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상보촌유형). 그러나 위만조선이 성립한 이후 위만조선과 관계를 단절하고 다시 독자적인 문화로 전환한다(세죽리-연화보유형의 남쪽 경계는 청천강).


​따라서 이 대동강유역은 전조선-후조선-위만조선과 독립적인 별개의 세력이고, 이를 <진국>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위만조선 시기의 진국의 상태는 이러했고, 진번/임둔/진국이 모두 위만조선의 간섭과 억압을 받아 적대적 또는 영~ 좋지 못한 관계였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진국은 전조선과 후조선의 유민들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크기에 더 적대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결과 한나라와 손잡고 한나라의 군현 설치를 용인하며, 진국은 종말을 맞이합니다. 또는 진국+낙랑군의 이중 지배체제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b.c.128년 예군남려 사건이 일어난 지역도 대동강유역으로 보이고, 평양 정백동 1호의 부조예군묘는 진국의 지방관리가 수도 또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만들어진 무덤으로 보입니다.


<삼국지> 동이전 고구려에는 "高句麗는 遼東의 동쪽 천리 밖에 있다. 남쪽은 朝鮮·濊貊과, 동쪽은 沃沮와, 북쪽은 夫餘와 경계를 접하고 있다." 라고 나오는데, 전조선과 후조선의 계승의식을 가진 <진국>인들이 스스로를 조선이라고 불렀을 가능성도 보입니다. 그렇다면 평양에 단군과 기자와 관련된 장소와 설화가 나타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진국의 시작은 언제라고 봐야할까요? 중국문헌에 등장하는 b.c.2C? 대동강유역에 세형동검이 등장하는 b.c.4C? 아니면 비파형동검이 등장하는 b.c.8C? 시공간의 계승관계와 연속성이 있으니 어느 시점으로 보든 상관 없을 듯 합니다.


진국의 종말은 언제일까요? 기원후 37년 낙랑국의 멸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나라와 손잡고 한군현 설치를 받아들인 b.c.107년을 진국의 종말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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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로또님의 댓글

저는 다음과 같이 진국을 봅니다.(아직은 초보적인 추측단계,재미있게 보시길)

진국은 진한국의 약칭입니다.한국에서 나왔기때문에 진한국이며.그 왕은 진한왕이며 진왕 및 한왕이겠지요.
진나라 시대 동북쪽의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사마천은 붓질로 조선이라 했습니다.<진역을 피한 사람들이 간 곳은 조선이 아니라 한국이니깐>
한국은 진나라가 패퇴하는 시점에 진나라 요동외요를 먹습니다.나중에 그 지역은 위만국이 됩니다.
위만국은 여전히 사마천에 의해 조선이라 불리웁니다.마치 동북쪽의 나라는 무조건 조선이라고 하는듯.
위만국은 준왕의 한국과 1대1로 격돌합니다.준왕은 개박살나지요.
그 결과로 위만국은 준왕의 서부지역을 먹어버립니다.왕험성 포함해서요.이 지역은 마한[1]의 지역.현 평양지역.<제왕운기에 마한 왕험성 표현>
나머지 위만국에게 먹히지 않은 지역이 바로 진한국이며 진국입니다.
왕험성 도읍을 뺏긴 준왕은 진한국 즉 한지에 들어가 다시 나라를 세우는데 바로 마한[2]입니다.<전라도의 마한>
따라서 마한=한국=마한국=진한=진한국=진국이라는 시공간을 무시한 복잡한 공식이 성립.즉 한왕=진왕.
이때의 진한은 우리가 아는 그 진한이 아니라 그냥 진국임.
준왕은 후사가 끊기자 마한[2]인들이 진왕 즉 한왕으로 등극.
나중에 위만조선의 옛 마한지역 사람들이 조선유민이라는 신분으로 진국으로 이동하여 우리가 아는 진한6부를 형성.
이렇게 진국은 마한+진한+나머지 한으로 구체적으로 구분되기 시작,나머지 한은 진국에서 나왔다하여 변진이라고 하다가 진한국에서 나왔다하여 변한이라고도 함.

위만조선이 망하고 요동외요 구역에 낙랑군[1]이 들어섬.<후한서에서 부여가 때리는 낙랑; 고구려가 요동군 서안평을 공격하면서 때리는 낙랑;>
후한 광무제때에 마한[1]지역 즉 현 평양에 낙랑군[2]이 설치됨.<대방군이 설치되는 낙랑;(마)한국을 통치했다는 낙랑;마한[2] 북쪽에 위치한 낙랑;>
고구려가 평양성에 도읍하면서 마한[1]지역의 주인이므로 <마한고구려설>이 탄생.또 <고구려 평양성=낙랑군 왕험성>이라는 공식도 탄생.
고구려가 마한과 예맥을 거느리고 현도를 칠때의 마한은 평양지역의 마한[1]의 잔여세력.삼국지/후한서에는 끈질기게 얘네들을 게속 조선이라고 했음.

삼국지/후한서의 마한은 마한[1]과 마한[2]의 정보를 시공간을 무시하고 짬뽕시킴.

흥무대왕님의 댓글의 댓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생각할 부분도 있고 질문거리도 많으나 밤이 늦었으니 하나만 말씀드리면... 님 가설의 물질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나요?

로또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통설을 믿고 싶지만 그럴경우 사료에 '모순'이 너무 많다는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료의 '모순'을 먼저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그 '모순'을 해결하려면 사료의 해석범위를 벗어나면 안되고,또 달리 해석할수 있어야 한다는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현존 사료의 해석과 의문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진국에 대한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사료의 '모순'을 해결하면 물질문화와 융합시키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우리 흥무대왕님의 문장들을 항상 열심히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료의 '모순'을 해결하려면 첫번째 퍼즐부터 다르게 맞추어야 하기때문에 최대한 사료 자체에만 의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흥무대왕님의 댓글의 댓글

아직 물질문화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보다가 궁금한게 있으면 댓글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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