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김민석 총리지명자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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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차 정치자금 관련 글
<3승> (2012.3.10. 발간)
245p-251p
사실 나는 돈에 대한 묘한 결벽증이 있다.
의원생활 6년 동안 나랏돈 쓰는 것이 싫어서
외국 정부에서 용돈까지 다 주면서 초청하는 경우를 빼고는
국회 차원의 외유는 한 번도 나가지 않고 다 뿌리쳤다.
의원 시절 양복 모델로 2억 원인가를 받고도 찜찜해서
한 푼도 손대지 않고 결식아동 지원과 북한아동 결핵지원에 다 냈다.
꼭 결벽증 때문은 아니지만 학생시절 3년간의 징역으로
민주화 유공자 보상금을 받을 조건이 되었지만 그조차도 신청하지 않았다.
의원 시절 세비조차 의정활동에 다 써버려 집에 돈을 갖다 준 적은 거의 없지만
다행히 직장에 나가는 집사람이 생활은 맡아줬다.
의원이 되기 전 결혼과 함께 집에서 마련해준 전세금을 빼서
유학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도 전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빨리 집을 사려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첫 번째 정치자금법 위반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문이었다.
선거가 지난 지 한참 뒤인 2004년, 검찰에서 연락이 왔다. 영문을 몰랐다.
서울지검으로 갔다. 검사가 물었다. “뭐 생각나는 거 없으세요?” 없었다.
멍하니 앉아 있으니 검사가 다시 물었다.
“서울시장 선거 때 SK그룹에서 돈 받은 거 있으시죠?” 내가 반문했다.
“예, 그런데요. 근데 뭐가 문젠데요?”
요지는 이랬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2억 원을 후원 받았는데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묻지도 않는 내게 담당검사의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대선자금 수사가 끝난 후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SK 손길승 회장을 불러 '김민석이 건을 얘기하지 않으면 놔주지 않겠다'고 했다.
손회장이 한참 고민하더니 ‘이건 아닌데… 본인이 달라 한 것도 아니고 중앙당에서 요청한 건데….
젊은 사람 앞길 막는 거 아닌가’ 하며 한참을 주저주저하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우리 검찰도 이 돈이 선거에 쓰여졌고, 김의원이 요청하지도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냥 재수 없다고 생각하라. 어차피 곧 사면 복권되지 않겠나."
내 양심을 걸고 조금도 보태지 않은 실화다.
담당검사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알겠는가?
당시 국회의원 후원회의 모금한도는 2억,
서울시장선거의 공식선거비용 한도는 30억이 넘었다.
결국 현역의원이 출마할 경우 수십억의 선거비용은 갑부가 아닌 한
국회의원 후원회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고,
그 대표적인 경로가 중앙당의 지원금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지원할 재정이 모자랐던 중앙당의 간부들이
SK에 지원을 요청했고, SK가 자체 검토 끝에 2억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 며칠 전, SK에서 손님이 온다고 전화가 와서 약속을 잡았다는
선거캠프 실무자의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에서 손님을 만났다.
처음 보는 분인데 "위에서 얘기해서 왔습니다' 하고 쇼핑백을 내놓았다.
'이게 뭔데요?' 하고 물으니 돈이라 했다.
(돈을 가져온 분이 나중에 검찰에서 내가 전혀 사정을 모르는
눈치여서 분위기가 어색했다고 진술한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런가보다 하고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고,
그분이 돌아가신 뒤 선거캠프 총무 담당을 불러 중앙당에서 보낸 것이니 알아서 쓰라고 했다.
돈에 궁해 쩔쩔 매던 캠프 실무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 돈을 썼고,
그 수입과 사용에 대해 나중에 선관위에 다 보고했다.
검찰에서 법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 후원금의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중앙당에서 의당 처리했겠지 하고 생각한 실무자들이 중앙당에 확인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그러나 영수증을 떼어주어야 한다는 것만 미리 알았다면
시장선거캠프 입장에서는 떼어주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던 일이었다.
사실 그 큰 선거에서 후보자가 영수증 발급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이 현 실적으로 가능할까?
후원금 영수증 발급은 원칙적으로는 후원회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고
후보의 법적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은 나를 불구속 기소했고,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인정한 내게
법원은 어쨌든 그 돈은 김민석을 위해 지원한 것이니
영수증 발급 책임과는 상관없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나는 최후진술에서 "과연 그런 상황에서 어찌했어야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지 않았을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후보로서 내 책임이니 죄송하다"고 했다.
그 후 나는 사면복권 없이 3년의 정치규제 기간을 꽉 채웠으며,
전세금 일부와 주변의 도움을 보태 추징금 2억까지 납부해야 했다.
2008년에 최고위원이면서도 총선 공천에 탈락한 것은 이 사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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