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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과 아부지와 외할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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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니가 찰밥 해놨다고 밥 퍼다 먹으라고 하시길래, 갑자기 왠 찰밥인가 했는데, 오늘이 동짓날이라 팥죽을 쒀야 하는데, 몸이 불편하고 날씨도 춥고해서 동네 이모님한테 오는 길에 팥이나 좀 사오라고 해서 팥죽 대신에 찰밥에 팥 넣고 밥을 하셨더라구요. 날이 추우니까 매운 것이 땡겨서 간단하게 라면 하나 끓여서 밥이나 말아먹으려고 했는데, 덕분에 달달한 밥 먹었습니다 ㅠㅠ


밥통에서 찰밥을 푸는데, 어무니가 옆에서 하시는 말이 아부지가 오늘 꿈을 꾸셨는데, 몇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조상신령님이 되서 오셨다고 하시면서 꿈에 수표를 외할머니께 드리면서 맛있는 것 사드시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이 동짓날이다 보니 우연이 겹친 것인지, 아니면 신기가 좀 있으셔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꿈을 꿨으니 어무니에게 동지 팥죽이라도 쑤라고 했다네요.


어무니가 하시는 말이 동짓날이 한 해에 마지막으로 귀신 오는 날이라고 합니다.


암튼 간에, 울 아부지와 외할머니 사이에는 약간의 트러블과 스토리가 있었는데, 외할무니가 울 아부지를 정말 싫어하셨답니다.


결혼 한다고 외가에 찾아갔는데, 외할무니는 뭣이 그리 맘에 안드셨는지 장인장모님께 큰 절을 올리는 중에 획 돌아 앉으셨다고...


그 일로 인해 울 아부지도 마음에 한이 되서 외가쪽은 잘 찾아가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상당히 젊은 나이에 외할아부지가 돌아가셨는데, 자식들이 많아서 다 키우느라 매우 가난하고 여력도 별로 없으셨답니다.


어찌저찌 해서 딸들 다 시집보내고, 아들들 장가보내고 하긴 했는데, 자식 사위 누구 할 것없이 외할머니를 나몰라라 했나봅니다. 다들 자기 살 길이 바쁘다보니 그랬겠지만, 희안하게도 자기들이 힘들 때면 꼭 울 아부지에게 손을 벌렸답니다.


울 아부지도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을 하셨기에 여유가 없었지만, 거의 죄다 도와줬구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외할무니가 나이 8~90이 넘어 혼자 사실 때도 자식 사위들은 너네가 모셔라, 자기는 못한다 하면서 내팽겨치려 하길래 울 아부지가 열이 받아서 그러면 너희들 매달 얼마씩 내고 요양원이라도 잘 다닐 수 있게 하라고 중재한 뒤로 그 때서야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고...


인생 참 희안하죠?


편애하던 자식새끼들과 사위들은 다들 나몰라라 했지만, 제일 맘에 안들어서 연락도 안하고 살려고 하던 사위가 그나마 제일 챙기고, 그런 사위에게 외할무니는 꿈 속에 까지 찾아오시는 일이 말예요.


제가 글은 이렇게 썼지만은, 제 3자의 시선에선 보지 못한 외가 친척식구들만의 나름 끈끈한 인생이 있었을 겁니다.


내일 오전까지만 견디면 슬슬 영상의 기온이 잠깐씩 온다고 합니다. 해도 길어지기 시작할 거구요.


결론. 발 시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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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명
    배워서 남주자.
댓글 8

바야바라밀님의 댓글

꿈에 수표를 외할머니께 드리면서 맛있는 것 사드시라고 했다고 합니다. <== 큰 돈 나가겠네..

역적모의님의 댓글의 댓글

담주까지 IRP 몰아서 내야 종합소득세에서 차감 받을 수 있는데, 큰 돈 나가게 생겼어요

하늘바라봄님의 댓글의 댓글

근데 진짜 몰랐네요ㅋ
처가에서 팥죽도 안주시니 더욱ㅎㅎ
팥죽이나 만들어야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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