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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장 때 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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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안쓰는 구형폰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난 일화.


예전에 독일 어느 도시에 출장갔는데 기차역에서 저를 한참 꼴아보던 큰 키의 독일 미시가 다가오길래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더군요.


와서는 실례한다며 제 핸드폰 한번 쓰면 안되냐고 합니다.


순간 수많은 독일 사람들 곁에 두고 왜 하필 나일까? 했는데 일단은 휴대폰을 빌려줬네요.


그리고 전화를 하는데 자기를 데리고 올 사람이 없어서 한숨을 쉬더군요.


전화를 끊고 사연을 물어보니 시내에 나왔다가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한참 생각하더니 2,500원 정도인가 하는 기차표 하나만 끊어주면 안되냐고 그럽니다.


이말에 순간 애잔한 느낌이 들어 택시 타고 가라고 그녀의 손에 4만원(30유로) 정도 쥐어주었더니 엄청나게 흥분하더니 고맙다고 그러며 저를 끓어안고 양뺨에 뽀뽀를 하더군요.


순간 뿅~~~ 달~달~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호텔에서 혼자 빈둥대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네요.


만나자구요.


제 폰 번호는 전화기를 빌려주었을 때 누군가에 걸어서 기록이 남아서 전화를 한듯요.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번개콩처럼 튀어나갔더랬죠.


나가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도 하고, 분위기 참 좋았어요.


눈이 완전 파랬는데 쳐다보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그렇게 몇번 만났는데 학교 영어 선생님이고, 이혼녀이고 아이가 둘이 있더군요.


아이가 둘이라는 말에 순간 김이 팍 세는데... 암튼...


집에 초대받아서 갔더만, 김치와 밥을 준비하고, 독일식 요리도 준비했더군요.


예상치 않은 김치에 놀라서 물어보니 우리나라에 6개월 정도 살았었고 독일에서 보기 드문 한류 팬이더군요.


그때 김치를 배웠다고 하네요.


딸이 둘 있는데 첫째 딸은 어린 게 힙합 스타일에 찐한 눈화장으로 식사하는데 이 아저씨 뭐야? 하는 눈으로 절 꼬라보고, 둘째 딸은 완전 꼬맹이인데 파란눈에 금발인데 완전 인형 같더군요.


바비 인형이 따로 없더군요.


그렇게 식사를 하고 뒷동산으로 그녀와 맨발로 아이들과 산책을 했는데, 둘째 딸이 제 손을 꼭 잡고 아빠처럼 따라오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럽더군요.


그렇게 만나고 헤어진 후 귀국해서 여러번 생각을 해봤는데, 씨 다른 자식 둘 데리고 오면 울 엄니 쓰러지실 것 같고, 저도 제 아이를 갖고 싶었던 터라 나중에 만나서 정중히 사과하고 헤어졌더랍니다.


그때 헤어지기 싫어하는, 울먹이는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오늘은 그녀도 그녀이지만 저를 잘 따르던 둘째 딸이 더 생각이 나는군요.


사진 다 지운줄 알았는데, 데이트할 때 사진 한장 남아있네요. 


지금 여친이 행여나 볼까, 지워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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