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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실손 보험 가입하지 않는다 #1 서울대 이준구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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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과 경제학 별로 관련 없을 거 같은데


관련되는 좋은 글 이라 펌 합니다


사실 경제학 조금 안다는 사람도 실손보험 가입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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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으면 간호사가 의례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느냐는 것이지요.
나는 여태까지 실손보험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실손보험 없는데요.”라고 대답하면 간호사는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구태여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가 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시지요?



경제학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합리적 선택의 기본원리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이 기본원리에 따르면 자신의 건강이 평균 이하로 아주 나쁜 사람만 실손보험을 드는 게 이득이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평균 이상으로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실손보험에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것은 실손보험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보험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기본원리입니다.
예컨대 평균 이상으로 운전을 안전하게 하는 사람은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보험 이상으로 커버가 되는 보험에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화재보험, 상해보험 등도 이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냉철하게 따져 보면 평균 이상의 안전 수준에 있는 사람의 경우 보험을 드는 행위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경제학에서는 보험의 기본성격을 여러 사람이 모여 위험을 함께 부담하기로 합의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한 사람이 100분의 1의 확률로 어떤 병에 걸릴 수 있는데 이때 3천만원의 치료비가 발생한다고 합시다.
평소 모아둔 돈이 거의 없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 무척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100명이 있다면 이들이 다음과 같은 합의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각 사람이 30만원씩 내서 3천만원의 기금을 만든 다음 그들 중 어떤 사람이 병에 걸리면 이를 모두 주기로 하자는 합의입니다.
병에 걸릴 확률이 100분의 1이라고 했으니 그 100명 중의 한 사람이 병에 걸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지요?



병에 걸린 사람은 3천만원을 받아 치료비로 지불하면 되니 이제 아무 걱정이 없는 셈입니다.
병에 걸리지 않은 나머지 99명의 사람들은 보험금을 전혀 받지 못하지만, 30만원이란 부담가능한 금액을 지불한 덕분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름 이득을 본 셈입니다.
이와 같은 100명 사이의 합의가 바로 보험이라는 상품과 똑같은 기본성격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보험은 보험회사가 주도해 전 사회의 차원에서 이와 같은 합의를 이루어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앞에서 본 개인들의 예에서는 30만원의 보험료를 내면 병이 났을 때 3천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기본구도가 짜여져 있습니다.
보험료과 보험금 사이의 100:1이라는 비율은 병에 걸릴 확률 100분의 1에서 파생되어 나온 결과입니다.



이 기본구도하에서 사람들이 30만원씩 낸 돈을 모아 병에 걸린 사람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니 남는 것도 없고 모자란 것도 없이 똑 맞아떨어지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와 같은 성격을 갖는 보험을 ‘공정한 보험’(fair insurance)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확률적으로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인데, 30만원을 내고 100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할 3천만원이라는 거액을 지출해야 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병의 확률이 100분의 1이라고 할 때 3천만원이라는 보험금의 기대치(expected value)는 30만원입니다.
자신이 앞으로 병에 걸릴 확률은 100분의 1인데 그때 3천만원의 보험금을 받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3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셈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험금의 기대치와 보험료가 30만원으로 똑같을 때 공정한 보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100명의 사람이 똑같이 100분의 1의 확률로 병에 걸린다는 가정하에서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만약 그 중 한 사람이 유독 건강해 병이 날 확률이 5백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가정을 바꿔 보기로 하지요.
그렇다면 이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금 설명한 보험에 드는 게 이득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확률이 500분의 1인 상황에서 3천만원의 기대치를 구하면 6만원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이 그 보험에 들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평균적인 보험금은 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30만원의 보험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결코 이득이 될 수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건강이 아주 나빠 병에 걸릴 확률이 20분의 1이나 되는 사람은 이 보험에 드는 것이 이득이 됩니다.
3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의 기대치가 150만원이나 되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니까요.
이를 보면 완벽하게 공정한 보험이라 할지라도 평균 이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이득을 보지 못하고 평균 이하로 건강이 나쁜 사람만 이득을 보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모든 보험은 공정한 보험이 아니고 확률적으로 보아 가입자에게 불리한 구도로 되어 있습니다.
보험료로 거둔 것을 전부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윤을 추구하는 보험회사는 보험료 거둔 것에서 회사 운영비와 이윤을 빼고 그 나머지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보아 가입자에게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도하에서는 심지어 평균적인 위험수준에 있는 사람조차 보험에 드는 것이 이득이 되지 못합니다.
평균 이상으로 건강한 사람은 두말할 나위도 없구요.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실손보험의 매력은 한층 더 떨어집니다.
어깨가 조금 결린다고 10만원이 넘는 도수치료를 수십 번 받았다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돈일 리가 없습니다.
나머지 가입자들로부터 거둔 보험료로 이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까지 고려하면 심지어 건강이 웬만큼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실손보험에 드는 것이 별로 이득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건강이 그야말로 나쁜 사람이나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데 한 점 거리낌이 없는 사람에게만 이득이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자인 나는 실손보험에 일체 가입하지 않는 용감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PS. 그런데도 현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텐데, 그 문제는 다음에 올릴 글에서 자세하게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https://www.jkl123.com/board.php?table=board1&st=view&page=1&id=19825&limit=&keykind=&keyword=&bo_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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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속에서 꼬르륵 ~~~~
댓글 2

역적모의님의 댓글

우리집도 가장 보험료 비싼 사람은 정작 병원을 안가고, 보험료 가장 적게 내는 사람은 병원에서 보험료 받는 구조네요.

실손보험은 아니지만 국민 건강 보험을 악용하는 중국인들이 떠오름.

하늘바라봄님의 댓글

갠적으로는 작년에 입원 등으로
낸거의 절반은 찾아 먹은 듯 하네요ㅎ
제게 실비란...
경제적으로야 좀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는 심리적 방어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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