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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은메달 따고 은퇴할 때 아버지가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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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야, 사랑하는 내 딸.


오늘 새벽 집에서 TV로 너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아빠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너의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인 '아디오스 노니노'가 원래 아버지를 향한 추모곡이라고, 


네가 아빠인 나를 생각하면서 마지막 연기를 할 텐데 기분이 어떠냐고 사람들은 내게 물었지.


하지만 아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단다. 


오직 너의 크고 작은 몸짓 하나하나만이 내 눈에 들어왔지. 


지난 17년간 늘 그랬던 것처럼 너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부모로서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어.


열흘 전 네가 소치로 떠나던 날, 아빠는 너에게 '금메달 따 오라'고 하지 않았어. 


가서 최선을 다하라고 했을 뿐. 마지막 경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라고, 


그동안 너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이 실망하지 않게만 하라고,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니 최선을 다하면 마땅한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빠는 내심 금메달도 기대하고 있었어. 


너의 실력과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너의 순서 앞에서 러시아 선수가 받은 점수를 확인하고 나니, 


이 점수를 뒤집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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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아가 마지막 순서인데 얼마나 떨고 있을까. 우리 연아가 실수하면 어떡하나. 


너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아빠는 입술이 바짝 마르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그 순간, 네가 피겨스케이팅과 함께해온 지난 17년 7개월이 눈앞에 생생하게 지나가더구나. 


그 숱한 눈물과 고통의 시간...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결과가 어찌 됐든 네가 하고 싶은 연기를 최선을 다해 펼치고 홀가분하게 무대를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네가 지금껏 늘 그래왔듯이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변명하거나 불평하지 않기를, 따지거나 비난하지 않기를 우리 딸에게 바랐어.


마지막 무대에서 너는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어. 마음에 차지 않았을 점수를 받고도 너는 눈물을 꾹 참고 환하게 웃었지. 


너의 미소를 보는 순간 아빠는 여섯 살 때 네가 피겨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단다. 


우리 딸이 악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했구나. 결과에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구나. 


현실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전진하기로 했구나. 네가 웃어주어서 아빠는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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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야, 이제 와서 뒤돌아보면 지난 17년 7개월 무수히 많았던 희로애락의 순간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즐거움은 한순간이었고, 그 뒤엔 고통의 연속이었지. 


처음 네가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을 때 우리 가족은 네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밟아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소치로 가기 전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없이 하고 오라고 했던 말, 아빠와 했던 그 약속 지켜줘서 고맙다. 


언제나 넌 결과를 갖고 탓하거나 하는 아이가 아니었지. 현실을 그냥 인정해 버리고 이러쿵저러쿵 남탓을 하지 않았어. 


조금 속상해도, 마음이 아파도 그냥 속으로 숨기고 참았지.


네가 국제 대회에 나가 석연치 않은 판정을 받았을 때마다 아빠는 정말 미안했다. 


그저 안쓰러운 마음에 언젠가 한 번 피겨 강대국에서 태어나게 해주지 못해 아빠가 참 미안하다고 한 적도 있는데 


연아 넌 씩 웃고 말았지. 피겨 전용 빙상장 하나 없는 곳에서 네가 훈련하며 여기저기 부상을 입고,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너를 대회에 내보내야 했을 때 아빠 마음은 무척이나 괴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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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연아 너는 모든 대회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치지 않았지. 


고통 없이는 결과도 없다고, 부상도 노력의 흔적이라고 받아들였어. 


일단 목표를 정하면 다른 것에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나갔지. 


그런 네가 아빠는 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어. 그리고 네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했다는 걸 알기 바란다.



연아야, 이제는 마음껏 쉬렴. 올림픽 금메달도 따봤고, 많은 분들에게 큰 사랑도 받았고, 후배들 길도 열어주지 않았니. 


이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자. 


아빠는 우리 연아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행복을 느끼면서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이젠 시간 많으니까 남들 시선 생각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맛있는 음식도 같이 사 먹자.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잔하면서 같이 실컷 수다도 떨어보자. 너의 새로운 꿈도 이제는 마음껏 펼쳐보렴. 


아빠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면 그게 뭐든지 다 따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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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은메달. 한편으로는 속상하지만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아빠는 정말 고맙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무거운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었잖니.


오늘 새벽 너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아빠가 '연아야,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라고 문자 메시지 보냈을 때 네가 이렇게 답장을 보내주었지.


'고마워, 괜찮아.'


아니야, 연아야. 모든 어려움을 담대하게 이겨내 주어서 아빠가 고마워.


연아야, 수고했어. 그동안 고생 많았어. 우리 연아가 정말로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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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 씨가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바꿔서 공개를 허락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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