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순살 아파트’ 속출… 15개 단지서 무더기 ‘철근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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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7.30. 오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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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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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곳 중 2곳, 부실 설계가 원인 “LH 구조적 결함”
사람 사는 단지도 5곳, 붕괴 시 인명피해 불가피

필수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공공분양 아파트를 비롯해 LH 아파트 6곳 중 1곳꼴이었다. 무너지지 않았을 뿐 ‘순살 자이’로 불리는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같은 부실 단지가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별내 등 5곳은 이미 사람이 사는 단지라 붕괴 시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는 검단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아파트 9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전체 조사 대상의 16.5%로 높은 비율이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 위에 대들보(량)를 따로 받치지 않고 콘크리트 슬래브(판)를 바로 얹는 공법이다. 이때 기둥과 슬래브 연결 부위를 강화하기 위해 심는 철근이 전단보강근이다. 이 보강근이 없으면 슬래브가 무게를 못 버티고 기둥 아래로 내려앉을 위험이 커진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것도 전단보강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LH는 상당수 아파트를 무량판 구조로 짓는다. 공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층고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원가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 공법을 거의 쓰지 않는 민간 건설사들도 LH 발주 아파트는 무량판을 적용한 설계서대로 지어야 한다.

문제는 LH가 시공사에 넘겨주는 설계서 상당수가 엉터리라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애초 도면에 전단보강근이 빠져 있는 단지만 10곳이었다. 보강근을 넣지 않은 LH 아파트 3곳 중 2곳은 부실 설계가 원인이었다는 뜻이다.

검단 아파트 붕괴도 발주자인 LH 측 설계 오류가 근본 원인이었다. LH가 GS건설 등 시공사에 넘겨준 도면에는 전단보강근 상당수가 빠져 있었다(지난 21일자 국민일보 <‘자이’는 어쩌다 동네북이 됐나> 참조). 이를 본 현장 작업자들은 보강근이 그려진 곳 일부에도 철근을 넣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단 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지적이 있어 이 방식을 적용한 지하주차장 구조물을 대상으로 비파괴 샘플링(표본) 검사를 진행 중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된 걸로 보인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순살’ LH 아파트 15곳 중 5곳은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다. 대표 사례인 남양주 별내동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는 5개동 약 400가구 규모로 지난해 4월부터 사람이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전단보강근이 들어가야 할 16곳 중 15곳에 보강근을 빠뜨렸다. 안전핀을 거의 넣지 않은 격이라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인 상황이다. 이 사례가 최근 알려졌을 때 LH는 “이번에는 설계 오류가 없다”며 시공사와 감리사 책임을 주장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짓는 아파트에서 철근을 빠뜨린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무량판 구조물에서 전단보강근을 누락한 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LH가 시공사에 이런 도면을 넘겨줬다는 건 제대로 확인도 안 했다는 의미”라며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닌 걸 보면 LH 업무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밖에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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