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는 남부권 물류를 책임지는 핵심 센터다. 쿠팡은 3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이 센터를 지었다. 지난해 12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의 물류 혁신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찾은 곳도 대구FC다.
대구FC는 쿠팡의 자동화 물류 혁신의 시험대다. 이곳에서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다른 물류센터에도 자동화 기술을 전파할 계획이다. 물류센터에 AI가 들어온 이유는 안전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쿠팡은 대구FC가 인간과 AI의 '팀플레이'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인간을 위한 로봇'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상품 싣고 작업자 찾아오는 로봇
집품 공간인 7층에는 일정한 경로로 움직이고 있는 선반(렉)들이 보였다. 사람이 옮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선반 밑에 납작한 로봇이 선반을 싣고 있었다.
집품은 진열된 상품을 시스템이 지정하는 정확한 위치와 수량 등을 확인해 가져오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는 상품을 진열하는 공간인 선반(렉)이 고정됐고 작업자들이 이 선반과 선반을 오가며 공간을 찾아 상품을 진열하거나 집품한다. 하지만 대구FC에서는 AGV(무인운반로봇)가 선반을 들어 작업자 앞으로 옮겨준다. 작업자는 가만히 서서 상품을 꺼내면 된다.
집품이 이뤄지는 7층 바닥에는 곳곳에 QR코드가 새겨졌다. AGV는 이 QR코드를 인식해 작업자에게 이동한다. 1000여개의 AGV가 수만개의 선반을 운반한다. 쿠팡 관계자는 "평균 2분 안에 수백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작업자에게 전달해 전체 업무 단계를 65%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량 65% 줄인 소팅봇
대구FC에는 수백대의 '소팅봇'이 '열일'하고 있었다. 소팅봇은 운송장 바코드를 오버헤드 스캐너로 인식 후 단 몇 초 만에 분류해 옮긴다. 작업자는 소팅봇 위에 상품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쿠팡에 따르면 소팅봇 도입 후 업무량이 65% 단축됐다. 현장에서 투어를 진행한 쿠팡 관계자는 "운송장 스캔이 완료돼야 로봇이 작동되는 시스템이라 오류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사람과 로봇 공간 분리, 손 뻗으면 멈춘다
RC센터에는 바닥 대신 기둥에 QR코드가 설치됐다. 무인지게차는 이 QR코드를 스캔해 지게차와 상품의 위치를 동시에 인지한다. 업무지시 버튼을 누르면 지게차가 작업자가 있는 공간으로 온다. 작업자는 상품 바코드 스캔 후 업무지시 버튼을 누르면 작업이 끝나는 것이다. 무인지게차의 목적지와 동선은 AI를 통해 최적화했다.
RC센터는 사람과 로봇의 작업 공간이 철저히 분리됐다. 작업자는 지게차의 작업구역 내에 들어갈 수 없다. 로봇의 작업 공간에 발을 내디디면 무인지게차는 이를 감지해 멈춘다. 물류센터에서는 지게차로 상품을 옮기는 과정에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 대구FC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지난해 사고 0건을 기록했다.
물류센터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많고 무거운 물건들을 진열하고 옮기고 분류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앞으로 자동화 기술을 다른 센터에도 적용할 것이라 밝혔다. 동시에 대구FC 목표 고용인원이 2500명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쿠팡은 이날 공개한 첨단 기술은 작업자를 돕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했다. 직접 확인한 로봇들은 작업자의 편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약속한 만큼의 고용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의 고도화로 우리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취업난 시대에 필요한 것은 양질의 안전한 일자리다. 위험한 일이라면 로봇이 대체해야 하는 것이 맞다. 잠들지 않는 대구FC의 인간과 AI의 팀플레이가 전국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